
18세기 영국 중부의 작은 마을.
하루 종일 손으로 베틀을 밟아 천을 짜던 직조공들이 있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천은 기껍게 1~2야드. 가족을 먹여살리기에도 빠듯했다.
그러던 1764년, 제임스 하그리브스가 ‘제니 방적기’를 만들었고, 1785년 에드먼드 카트라이트가 동력 베틀을 완성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 대의 동력 베틀이 100명의 손베틀 직공이 하던 일을 해냈다.
가격은 폭락했고, 수작업 직조공들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1811~1816년, 절망에 빠진 직조공들이 ‘러다이트(Luddites)’라는 이름으로 모여 밤마다 방직공장을 찾아다니며 기계를 부쉈다. 그들은 외쳤다.
“기계가 우리 밥그릇을 빼앗았다!”
그런데 50년이 지난 1860년대, 영국 면직물 공장은 전성기를 맞았다.
기계는 여전히 고장이 났고, 실은 계속 엉켰으며, 경사와 위사의 장력을 맞추는 설정은 섬세한 손길이 필요했다.
결국 공장 하나를 돌리려면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새로 필요해졌다.
- 기계 정비공 (Mechanic)
- 실 엉킴 해소 전문가 (Knotter, Piecer)
- 경사·위사 준비공 (Warper, Sizer)
- 품질 검사원 (Cloth Examiner)
- 공장 감독관, 설계 엔지니어, 증기기관 관리자…
놀라운 사실은, 1800년에 영국 전체 직물 산업 종사자가 약 20만 명이었던 것이 1850년에는 33만 명을 돌파했다는 점이다.
기계가 사람을 몰아냈지만, 동시에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새로운 자리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새로 생긴 일자리들은 과거 손베틀 직공보다 임금이 2~4배 높았다. 왜? 기계를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제 2025년, 우리는 똑같은 장면을 다시 보고 있다.
2023~2025년 사이에만
- 수백 개의 언론사가 “AI로 기사 초고를 쓰겠다”고 발표했고
- 수천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미드저니 때문에 일이 줄었다”고 토로했으며
- 수만 명의 주니어 개발자가 “GitHub Copilot 때문에 입사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러다이트 2.0이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방직기 시대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공포가 얼마나 반복되는지 알 수 있다.
AI가 지금 대체하고 있는 것은 “과거의 수작업 직조공”에 해당하는 일들이다.
- 단순 반복 번역
- 기본적인 로고 제작
- 정형화된 보고서 작성
- 100줄짜리 boilerplate 코드
이것들은 정확히 1800년대 손베틀이 하던 일과 같다.
그러나 AI는 완벽하지 않다. 아직은 방직기처럼 자주 “실이 엉키고, 고장이 나고, 설정이 틀린다”.
실제 기업들에서 지금 당장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직업들
- 프롬프트 엔지니어 (Prompt Engineer)
→ AI가 원하는 결과를 뽑아내기 위해 수백 번 실험하고 최적의 질문을 설계 - AI 결과 검증 전문가 (AI Quality Assurance)
→ ChatGPT가 쓴 글에 환각(hallucination)이 없는지, 법적 리스크는 없는지 검사 - 데이터 큐레이터 / 라벨러 감독관
→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정리·분류·정제 - AI 윤리 감시관 (AI Ethics Officer)
→ 생성된 콘텐츠가 차별, 혐오, 저작권 침해를 하지 않는지 심의 - AI-인간 협업 디자이너
→ AI와 사람이 어떤 순서로 어떤 작업을 나눠야 최종 결과가 가장 좋은지 설계 - 합성 데이터 생성 전문가
→ 실제 데이터가 부족한 분야를 위해 AI로 가상 데이터를 만들고 현실성과 일관성을 검증 - AI 설명력 전문가 (XAI Specialist)
→ AI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인간이 이해할 수 있게 번역
이 직업들은 3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2025년 현재 LinkedIn에서 “Prompt Engineer”로 검색하면 5만 건 이상의 채용 공고가 나온다.
연봉은 미국 기준 $150,000
$335,000. 한국도 1.5억
4억 원대 제안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방직기 시대에 “기계 정비공”이 최고의 블루칼라였듯이,
AI 시대에는 “AI를 정비하고 조련하는 사람”이 최고의 화이트칼라가 되고 있다.
역사는 늘 이렇게 흘러갔다.
- 농업혁명: 쟁기와 소가 등장 → 농노 수 감소 → 대신 대장장이, 마구간지기, 상인 증가
- 증기기관: 마부와 말 사육업 몰락 → 철도 기관사, 역무원, 기계공학자 폭증
- 컴퓨터 혁명: 타자수, 계산원 실직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DBA, UX 디자이너 탄생
- AI 혁명: 단순 지식노동자 감소 → AI 조련사, 검증자, 협업 설계자 폭증
중요한 것은 전환기다.
방직기 시대에도 손베틀만 알던 40대 직조공은 재취업이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10대, 20대는 공장에서 일하며 기계 원리를 배우고 정비사가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50대 중간 관리자가 “AI를 배울 시간이 없다”고 하면 그는 진짜 방직기 시대의 50대 직조공과 똑같은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20~30대가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들
- ChatGPT, Claude, Gemini를 매일 3시간씩 써보기
- 프롬프트 실험 노트 만들기
- AI가 만든 결과물을 분석하고 고치는 연습
- 도메인 지식(법률, 의료, 디자인 등) + AI 활용 능력을 결합
이 사람들은 10년 후 연봉 상위 1%에 들어갈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마지막으로, 1834년 영국 수학자 찰스 배비지가 말했다.
“기계가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대신하면, 인간은 더 고귀한 정신적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그는 ‘해석기관’(최초의 컴퓨터 설계)을 그리며 이렇게 예언했다.
190년이 지난 지금, 그 말이 드디어 현실이 되고 있다.
AI는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하던 “1800년대 수준의 수작업”을 빼앗고 있다.
남는 시간에 2050년대 수준의 일을 미리 시작하면 된다.
방직기를 가장 먼저 배운 사람이 공장의 주인이 되었다.
AI를 가장 먼저 배운 사람이 앞으로 30년을 먹고산다.
역사는 언제나 승자를 갈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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